사무실 눈치 보지 않는 조용한 타건감과 32g의 깃털 같은 키압을 원한다면 필독. 지클릭커 오피스프로 84키와 100키의 결정적 차이, 그리고 ‘기계식’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멤브레인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3분만 투자하면 후회 없는 선택이 가능하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타닥거리는 게 일상인 사람들에게 키보드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내 손가락의 연장이자, 퇴근 시간까지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동료다.
최근 ‘가성비’와 ‘사무용 끝판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한 지클릭커(G-Clicker) 오피스프로 라인업이 꽤 시끄럽다.
아니, 제품은 조용한데 사람들 입방아만 시끄럽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모델은 84키와 100키 두 가지 배열로 동시에 나와 선택 장애를 유발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제목만 보고 “와, 저렴한 기계식인가?” 하고 덤벼들었다가 상세 스펙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늘 이 포스팅에서는 지클릭커 오피스프로 WK80 사일런스 모델이 진짜 물건인지, 아니면 그저 마케팅의 승리인지 철저하게 뜯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친구는 ‘기계식 호소인’에 가깝지만 그 매력이 묘하게 치명적이다.
1. 기계식인 줄 알았지? 반전의 정체
제목에도 ‘기계식’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고, 많은 쇼핑몰에서도 그렇게 검색되지만 팩트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제품, 엄밀히 말하면 기계식 스위치(Switch)를 사용한 제품이 아니다.
상세 페이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멤브레인’ 방식이라고 아주 작게, 혹은 은근슬쩍 적혀 있다.
여기서 1차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청축의 찰칵거림이나 적축의 서걱거림을 기대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하지만 지클릭커가 노린 건 ‘기계식 같은 키감’을 주는 멤브레인, 즉 하이브리드 포지션이다.
- 구조: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 디자인에 멤브레인 시트를 얹었다.
- 노림수: 기계식의 명확한 구분감은 가져오되, 멤브레인의 정숙함과 낮은 단가를 유지한다.
이걸 속았다고 해야 할지, 영리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타건감만 좋다면야 장땡 아닌가.
실제로 쳐보면 “어? 이거 멤브레인 맞아?” 싶은 독특한 반발력이 손끝을 때린다.
옛날 5천 원짜리 뻑뻑한 큐센 키보드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2. 32g 키압, 손가락이 춤을 춘다
이 키보드의 진짜 무기는 ‘방식’이 아니라 ‘무게’다.
키압이 무려 32g이다.
일반적인 적축 기계식 키보드가 45g, 조금 무거운 흑축이 60g 넘어가는 걸 감안하면 이건 거의 공기를 누르는 수준이다.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멍 때리다가 나도 모르게 ‘ㅋㅋㅋㅋㅋㅋㅋㅋ’가 입력될 수도 있을 만큼 가볍다.
장시간 타이핑을 해야 하는 작가나 코더, 혹은 엑셀 노가다를 뛰는 직장인에게는 축복과도 같다.
손가락 관절에 들어가는 힘이 절반으로 줄어드니까.
하지만 여기서 태클을 하나 걸자면, 너무 가벼워서 호불호가 갈린다.
‘쫀득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밍밍한 국밥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발력이 약하다 보니 키가 튀어 오르는 맛이 덜하고, 바닥을 치는 느낌이 밋밋하게 다가온다.
(사실 난 45g 정도의 쫄깃함을 선호해서 처음엔 적응하느라 오타를 꽤 냈다. 내 손가락이 너무 뚱뚱한 탓일지도 모른다.)
3. 타건감: 보글보글과 도각도각 사이
소리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타건음을 묘사해 보겠다.
제조사는 ‘보글보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건 약간 MSG가 쳐진 표현이다.
실제로는 “도각… 둑… 도각…”에 가깝다.
로우 프로파일 키캡 덕분에 스트로크(누르는 깊이)가 얕아서 소리가 울릴 틈 없이 금방 바닥에 닿는다.
- 소음 수준: 도서관 사용 가능. 독서실은 눈치 보임. 사무실은 완전 환영.
- 타건 느낌: 노트북 키보드(팬터그래프)와 기계식 저소음 적축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 만든 느낌.
확실한 건 ‘사무용’이라는 목적에는 완벽하게 부합한다.
옆자리 김 대리가 엔터키를 파워 있게 내리쳐도 이 키보드라면 소리가 둔탁하게 먹혀들어가서 시끄럽지 않을 거다.
4. 84키 vs 100키, 당신의 선택은?
이제 가장 중요한 사이즈 선택이다.
지클릭커는 영리하게도 두 가지 버전을 동시에 내놨다.
단순히 크기 차이가 아니라, 아예 사용 목적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 비교 항목 | 84키 (텐키리스 변형) | 100키 (풀배열 변형) |
| 가로 길이 | 약 321mm | 약 378mm |
| 공간 활용 | 마우스가 널찍하게 움직임 | 책상이 꽉 참 |
| 숫자 입력 | 상단 숫자키 써야 함 (지옥) | 우측 텐키패드 존재 (천국) |
| 추천 대상 | 개발자, 디자이너, 게이머 | 경리, 회계, 엑셀러, 사무직 |
| 무게 | 570g (휴대 가능 마지노선) | 675g (들고 다니면 흉기) |
1) 84키의 매력과 함정
책상이 좁거나 마우스 무빙을 크게 가져가야 한다면 무조건 84키다.
디자인적으로도 오밀조밀하니 예쁘다.
하지만 오른쪽 Shift 키가 짧거나, 방향키 위치가 변태적인 경우가 있어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PgUp, PgDn 키 위치 찾다가 성격 버리는 수가 있다.
2) 100키의 현실적 위엄
한국 직장인 90%는 결국 100키로 돌아온다.
엑셀 작업을 하는데 숫자패드가 없다? 이건 전쟁터에 총 없이 나가는 거나 다름없다.
100키 모델은 일반 풀배열(104/108키)보다 좌우 폭을 줄여서 공간 효율을 챙기면서도 텐키를 살려놨다.
물론 그 대가로 방향키와 숫자패드 사이의 여백이 사라져서, 방향키 누르려다 ‘0’번 누르는 실수를 종종 하게 된다.
이건 인간의 적응력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다.
5. 연결성과 편의 기능 (칭찬과 비판)
이 가격대에 유선 + 2.4G 무선 + 블루투스 3모드를 지원하는 건 칭찬해 마땅하다.
맥(Mac)과 윈도우(Windows)를 오가며 작업하는 사람에게는 멀티 페어링 기능이 필수다.
전환 속도도 나쁘지 않다.
배터리는 100키 기준 2000mAh를 넣어놨는데, RGB 끄고 쓰면 한 달은 거뜬히 버틴다.
하지만 RGB 조명은 계륵이다.
사무용이라면서 화려한 무지개 빛을 뿜어대는데, 광량이 아주 밝지도 않고 색감이 고급스럽지도 않다.
그냥 “나 불 들어온다” 수준의 생색내기용이다.
차라리 단색 화이트 LED로 깔끔하게 갔으면 더 고급스러웠을 텐데, 게이밍 감성을 한 스푼 넣으려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사무실에서 무지개색 키보드 쓰고 있으면 부장님이 와서 “자네, 지금 게임하나?”라고 물어볼 것 같아 무조건 끈다.)
6. 치명적인 단점 태클 걸기
장점만 늘어놓으면 알바 같으니까 뼈 때리는 단점도 정리한다.
- 키캡 내구성: ABS 재질로 추정되는데, 오래 쓰면 100% 번들거린다. 손기름 많은 사람은 6개월 뒤에 키보드가 반짝거리는 걸 볼 수 있다.
- 높이 조절의 한계: 로우 프로파일이라 그런지 높이 조절 다리가 있어도 드라마틱하게 높아지지 않는다. 손목 받침대(팜레스트)가 없어도 쓸 만하지만, 각도에 예민하면 불편할 수 있다.
- 스테빌라이저: 스페이스바나 엔터키 같은 긴 키를 누를 때, 뽑기 운에 따라 철심 소리가 들릴 수 있다. 윤활이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커스텀 키보드 수준을 기대하면 상처받는다.
7. 총평: 누구를 위한 키보드인가?
지클릭커 오피스프로는 ‘진짜 기계식’을 원하는 마니아들을 위한 제품은 아니다.
그들이 이걸 산다면 “이게 무슨 기계식이야, 멤브레인이지!” 하고 화를 낼 게 분명하다.
하지만 “노트북 키감은 싫고, 기계식은 시끄럽고, 예쁘고 깔끔한 무선 키보드 없나?” 하는 대다수의 일반 사용자에게는 이만한 대안이 없다.
특히 32g의 가벼운 키압은 손목 터널 증후군이 오기 직전인 직장인들에게 처방전과도 같다.
정리하자면:
- 엑셀 머신이다: 무조건 100키 사라. 두 번 사라.
- 데스크테리어족이다: 84키가 훨씬 예쁘고 책상이 넓어 보인다.
- 타건감 변태다: 뒤로 가기를 눌러 리얼포스나 커스텀 키보드를 알아보러 가라.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로만 따지면 90점 줄 수 있다.
나머지 10점은 ‘기계식’이라는 헷갈리는 네이밍을 쓴 죄로 깎겠다.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가 뻑뻑해서 퇴근할 때 손가락이 욱신거린다면, 속는 셈 치고 한 번 바꿔볼 만하다.
적어도 내 손가락 관절은 소중하니까.